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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중경삼림(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작품정보,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

by notes15234 2025. 10. 15.

작품정보

제목: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감독: 왕가위(Wong Kar-wai)
개봉: 1994년 (홍콩)
장르: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102분
제작국가: 홍콩
음악: 마이클 갈라소, 페이 왕
촬영: 크리스토퍼 도일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도시의 외로움과 사랑의 덧없음을 시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홍콩의 번잡한 도심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두 개의 단편처럼 나누어 보여준다.

줄거리

〈중경삼림〉은 두 개의 사랑 이야기를 이어 붙인 구조다.
첫 번째 이야기는 실연당한 경찰 하지무(금성무)가 주인공이다.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유통기한이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사 모은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 날짜가 지나면 자신의 사랑도 완전히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금발 가발을 쓴 의문의 마약밀매 여인(임청하)을 만나게 되고, 그 하룻밤의 짧은 인연을 통해 묘한 위로를 얻는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다른 경찰인 663(양조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외로움에 잠긴다. 그런 그를 몰래 지켜보던 페이(왕페이)는 그가 일하는 중경맨션 근처의 패스트푸드점 점원이다. 어느 날 그녀는 663의 집 열쇠를 얻게 되고,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하며 일상을 바꾸기 시작한다. 집안의 분위기와 냄새, 음악을 조금씩 바꾸며 그녀는 663의 외로움을 덜어주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다.

등장인물

하지무 (금성무): 경찰 223호.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수집하며 외로움에 잠겨 있다.

금발여인 (임청하): 마약밀매에 관여한 여인으로, 하지무와 우연히 만난다.

경찰 663 (양조위):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고 상심에 빠진 남자.

페이 (왕페이): 패스트푸드점 점원으로 663의 일상에 몰래 스며들며 그의 삶을 바꿔간다.

663의 여자친구 (주혜민): 스튜어디스로, 편지 한 장만 남기고 663을 떠난다.

 

감상평

 

 몇년전 유튜브 영화 리뷰를 우연히 보곤 그날 바로 집에서 봤었던 영화다. 중경삼림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점은 영화속 금성무가 너무 잘생겼다는 것이다. 극초반에 하지무가 여친에게 차인 이유가 '하지무가 미우라 토모카즈를 닮지 않아서'라는 것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어 몰입이 안될 정도였다. 저토록 잘생겼는데 굳이 누굴 닮아야 할까, 나라면 매일 얼굴을 보는것 만으로도 행복할것 같다. 영화를 본 직후엔 휴대폰 배경화면을 금성무의 〈중경삼림〉 짤로 하기도 했다. 90년대 홍콩영화 특유의 필름 질감과 조명 아래, 금성무의 외로움 섞인 눈빛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단순히 ‘멋진 배우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이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유통기한이 자기 생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매일 사 모으고 호텔에선 룸서비스를 잔뜩 시켜먹는 하지무나, 외롭다고 비누나 인형과 대화하는 663, 그리고 겁도 없이 남의 집(그것도 경찰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고, 후반에 카페 켈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데이트 신청을 받고는 스튜어디스가 되어 정말 켈리포니아까지 가버린 페이까지. 현실적으로 보면 모두 괴짜들이지만, 왕가위는 그들의 ‘외로움’과 ‘사랑의 방식’을 시처럼 포착해낸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야기의 논리보다는 감정의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 형광빛 간판 아래 반짝이는 눈빛, 흐릿한 카메라 속에서 서로를 스쳐지나가는 인연들. 그 모든 것이 너무 짧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현실보다 꿈처럼 느껴진다.

 

지금도 〈중경삼림〉을 다시 보면 왜인지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혼자 남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California Dreamin’〉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은 여전히 잊을 수 없다. 사랑은 결국 ‘지나가는 것’일지라도, 그 한순간의 온도만큼은 진짜였음을, 이 영화는 부드럽게 말해준다